요즘 유행 '솔루션 프로' 방송 그후....
요즘 TV의 대세는 ‘솔루션(Solution·문제해결) 프로그램’이다. 혜택을 받고 감격하는 사람들의 눈물을 보여주는 순간, TV 카메라의 ‘권력’은 아름다워진다. 그러나 이 권력을 위해 사회적 약자를 동원한다는 비난도 공존한다. ‘해결사’가 된 TV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단면은 무엇일까. 지난 2000년 처음 방송된 이후 솔루션 프로의 전형으로 자리잡은 MBC ‘러브하우스’(2005년 2월 종영)와 2005년 ‘대박집’ ‘쪽박집’ 비교로 화제를 모은 SBS ‘해결, 돈이 보인다’(2005년 11월 종영) 출연자들의 이후 모습을 통해 솔루션 프로그램의 명암을 짚어봤다.
러브하우스 출연 유정이네 등 “너무 고맙긴 한데… 방송 후엔 소홀”
협찬사 동원 탓에 아무도 책임 안져… “지역단체와 연계를” 주장도
◆‘해결 돈이 보인다’는 과연 돈을 벌어 주었나.
2005년 8월 SBS ‘해결 돈이 보인다’에 ‘쪽박집’으로 출연했던 ‘H’ 식당의 경우, 방송 3개월 만에 장사를 접었다. 인근 주민은 “로또 당첨된 것처럼 기뻐했는데, 방송 출연 직후 ‘반짝’하던 장사가 결국 3개월 만에 월세·전기세도 못 내고 어느 날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방송에 소개된 식당 100곳 중 전화 연락이 닿은 곳은 75개 업소. 이 중 ‘만족한다’는 반응은 34개 업소(45%), 문을 닫은 곳을 포함해 부정적 의견을 보인 곳은 41개로 ‘성공 확률’은 절반에 못 미쳤다. 41곳은 구체적으로 ▲폐업한 곳이 11곳 ▲매출에 변화가 없는 곳이 14곳 ▲전보다 낫지만 만족할 수 없다는 곳이 16곳이었다. 이들 업주는 ‘쪽박집 모임’에도 참가를 꺼렸다. 출연자들은 상권 분석 잘못, 기술 전수 부족, 인테리어 급조 등을 불만으로 꼽았다.
◆러브 하우스, 아름다운 결말 이후…
2004년 ‘러브하우스’에 나왔던 서울 누상동 유정이(당시 11살)네. 샴쌍둥이 분리 수술 이후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유정이를 위해 방송사에선 집을 말끔하게 고쳐줬다. 1년 8개월 뒤 찾아간 집. 전반적으로 TV에서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송사에서 고쳐준 현관과 욕실, 원목 마루는 무척 편리했다. 그러나 욕실의 사우나 기계는 고장이 나 방송 직후 떼어간 지 오래였고,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쌀 냉장고를 기증하며 1년간 쌀을 대주겠다고 약속했던 업체도 부도가 난 뒤 소식이 끊겼다. 그러나 가족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유정이 어머니(46)는 “집 고쳐준 것만도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본지 취재에 응한 16가구의 ‘러브하우스’ 중 비가 새거나 화장실 악취, 잦은 보일러 고장 등의 ‘문제점’을 호소한 가정은 12가구였다. “예쁜 부분만 촬영하고, 나머지 마무리 공사에는 몇 달이 걸렸다”는 가정도 있었다.
◆책임 질 사람도, 조직도 없다
충남의 한 가정은 시공업체에 하자 보수를 요청했다가 “우리가 공짜로 해줬는데, 뭘 더 해줄 수 있겠느냐”는 말을 들었다. 러브하우스 방송작가였던 A씨는 “공사는 협찬한 시공회사가 하고, 업체 수도 많아 AS에 미흡한 곳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BS에 ‘쪽박집’으로 출연한 한 업소 주인은 “(방송사에서 해준 것 불평하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할 것 같아 불안하다. 방송에서 뒷생각 안 하고 (아무 말이나) 했다가 (시청자로부터) 엄청 욕만 먹었다”고 말했다. 박주연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일반인은 TV에 나오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이기 때문에 이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출연 이후에도 관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은 최근 지상파 방송3사의 솔루션 프로그램을 분석한 뒤, “방송 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코너를 편성하고 출연자뿐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시청자들에게도 간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관이나 지역단체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메라 앞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잡아내는 게 끝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신동흔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dhshin.chosun.com])
요즘 TV의 대세는 ‘솔루션(Solution·문제해결) 프로그램’이다. 혜택을 받고 감격하는 사람들의 눈물을 보여주는 순간, TV 카메라의 ‘권력’은 아름다워진다. 그러나 이 권력을 위해 사회적 약자를 동원한다는 비난도 공존한다. ‘해결사’가 된 TV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단면은 무엇일까. 지난 2000년 처음 방송된 이후 솔루션 프로의 전형으로 자리잡은 MBC ‘러브하우스’(2005년 2월 종영)와 2005년 ‘대박집’ ‘쪽박집’ 비교로 화제를 모은 SBS ‘해결, 돈이 보인다’(2005년 11월 종영) 출연자들의 이후 모습을 통해 솔루션 프로그램의 명암을 짚어봤다.
러브하우스 출연 유정이네 등 “너무 고맙긴 한데… 방송 후엔 소홀”
협찬사 동원 탓에 아무도 책임 안져… “지역단체와 연계를” 주장도
◆‘해결 돈이 보인다’는 과연 돈을 벌어 주었나.
2005년 8월 SBS ‘해결 돈이 보인다’에 ‘쪽박집’으로 출연했던 ‘H’ 식당의 경우, 방송 3개월 만에 장사를 접었다. 인근 주민은 “로또 당첨된 것처럼 기뻐했는데, 방송 출연 직후 ‘반짝’하던 장사가 결국 3개월 만에 월세·전기세도 못 내고 어느 날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방송에 소개된 식당 100곳 중 전화 연락이 닿은 곳은 75개 업소. 이 중 ‘만족한다’는 반응은 34개 업소(45%), 문을 닫은 곳을 포함해 부정적 의견을 보인 곳은 41개로 ‘성공 확률’은 절반에 못 미쳤다. 41곳은 구체적으로 ▲폐업한 곳이 11곳 ▲매출에 변화가 없는 곳이 14곳 ▲전보다 낫지만 만족할 수 없다는 곳이 16곳이었다. 이들 업주는 ‘쪽박집 모임’에도 참가를 꺼렸다. 출연자들은 상권 분석 잘못, 기술 전수 부족, 인테리어 급조 등을 불만으로 꼽았다.
◆러브 하우스, 아름다운 결말 이후…
2004년 ‘러브하우스’에 나왔던 서울 누상동 유정이(당시 11살)네. 샴쌍둥이 분리 수술 이후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유정이를 위해 방송사에선 집을 말끔하게 고쳐줬다. 1년 8개월 뒤 찾아간 집. 전반적으로 TV에서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송사에서 고쳐준 현관과 욕실, 원목 마루는 무척 편리했다. 그러나 욕실의 사우나 기계는 고장이 나 방송 직후 떼어간 지 오래였고,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쌀 냉장고를 기증하며 1년간 쌀을 대주겠다고 약속했던 업체도 부도가 난 뒤 소식이 끊겼다. 그러나 가족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유정이 어머니(46)는 “집 고쳐준 것만도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본지 취재에 응한 16가구의 ‘러브하우스’ 중 비가 새거나 화장실 악취, 잦은 보일러 고장 등의 ‘문제점’을 호소한 가정은 12가구였다. “예쁜 부분만 촬영하고, 나머지 마무리 공사에는 몇 달이 걸렸다”는 가정도 있었다.
◆책임 질 사람도, 조직도 없다
충남의 한 가정은 시공업체에 하자 보수를 요청했다가 “우리가 공짜로 해줬는데, 뭘 더 해줄 수 있겠느냐”는 말을 들었다. 러브하우스 방송작가였던 A씨는 “공사는 협찬한 시공회사가 하고, 업체 수도 많아 AS에 미흡한 곳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BS에 ‘쪽박집’으로 출연한 한 업소 주인은 “(방송사에서 해준 것 불평하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할 것 같아 불안하다. 방송에서 뒷생각 안 하고 (아무 말이나) 했다가 (시청자로부터) 엄청 욕만 먹었다”고 말했다. 박주연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일반인은 TV에 나오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이기 때문에 이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 출연 이후에도 관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은 최근 지상파 방송3사의 솔루션 프로그램을 분석한 뒤, “방송 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코너를 편성하고 출연자뿐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시청자들에게도 간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관이나 지역단체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메라 앞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잡아내는 게 끝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신동흔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dhshin.chosun.com])
